파리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퇴출한다고 한다. 한국은 킥보드 사고가 37% 급증했다고 한다.
필자는 자동차 운전은 한 20년 한듯하고, 자전거로 중국대륙 횡단도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로 한강도 일주해 보았고, 등산도 좋아하며, 딸과 호수변 산책하며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20대엔 한국을 자전거로 일주한답시고 한 일주일만 다니다가 무릎에서 소리가 난다는 동료 걱정 반, 그만둘 핑계 반으로 중단해 보기도 했다.
여러 이동 수단에 대한 오랜 고민 후에, 본인에게 가장 행복한 여행은 차 없이 걸어 다니는 것으로 결론나는 분위기다. 언제든 원하는 곳에서 걷다가, 사진도 찍고, 앉았다가, 막걸리가 땅기면 한잔 걸치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그런 데 말이다…. 요즘엔 그냥 정상적으로 걸어 다니는 게 너무나 힘들어지고 있다. 도롯가에 방치된 자동차만 해도 시야를 막고, 건널목 등에서의 사고 유발을 이유로 거슬리기 짝이 없는데, 이젠 보행자 전용도로마저 공유자전거, 공유 킥보드, 인도로 올라온 배달 오토바이 등에 그냥 바로 직진해서 걸어 다닐 수조차 없어서 화가 난다.^_^….
뭐 넘어져 있는 킥보드는 그냥 잘 넘어간다고 치자. 이어폰 끼고 모처럼 좋은 음악 들으며 기분좋게 걷고 있는 내 옆으로, 무면허로 보이는 두세 녀석들이 헬멧도 없이 조그만 장난감 전동킥보드에 같이 타고 쌩하고 먼지를 일으키며 스치듯 지나간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방향을 틀었으면 몇 군데 뼈 부러지는 건 기본이었을 것 같고, 보험처리도 안 될 듯 보인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도 계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뭐든 올라타면 차로 분류되는 것이 원칙이고, 인력 외에 특별한 추가 동력원이 없는 자전거는 좀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난 50년간 자전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잘 정리되어 있는걸 본 적이 있는가? 하물며 자신이 직접 사서 사용하고 관리하는 직접 소유물이었던 경우도 말이다.
최근엔 공유플랫폼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배터리 달린 자전거, 킥보드를 공공 도로와 보행공간, 공원 등에 마구 뿌려두고, 누군가는 돈을 번다. 이후 뒷책임은 국가 또는 시민들에게 맡기고, “시민의식을 함양하라!”라고 한다. 돈은 내가 벌고 정리는 네가 해라? 이런 회사들은 시작은 창대하였을 지나, 초기 창업 때와 달라진 일반인들의 인식과 법규 등으로 곧 비전이 사라질 듯하다. 법이 강화되며 차량(개인형이동장치) 방치 문제에 대해 회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소비자가 사용 후에 잘 정리하고 인증사진 찍어 올리라고 하고, 방치의 이유로 발생한 과징금 등을 일반인들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흐름도 보인다. 또한 기기 이용시 면허증을 인증토록하여 무면허 운전을 막겠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는 거리에 방치된 물건의 돈되는 부분만 훔쳐가는 사람이 현격히 적은, 매우 잘 교육 또는 잘 길들여진 국민들로 구성된 국가란 것이다. 그래서 도난이나 훼손이 적은듯하다. 따라서 회사의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을것이라 보고, 경쟁적 자금 회수작전을 세우고, 여러 사업자가 전국에 반짝이는 쓰레기를 뿌렸나 보다.
높은 도덕 수준에 힘입어 이 물건들이 없어지지는 않아도, 우리의 초고밀도 도시와 좁은 길에 등장한 이 비싼 것들은 시민들에게 보행 장애물들로 새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착한 시민이라도 길가에 남이 놓아둔 쓰레기를 치워주는 것까지는 못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이유로는 내 물건, 내 공간이 아니기에 치우기엔 너무 번거롭거나, 너무 무거워서 꼼짝 않거나, 건드리면 시끄럽게 경보음을 내며 울어대기에, 건드리면 훔치는 것으로 오해받기 싫어서 등 누구든 발 벗고 나서서 설거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일단 책임은 모르겠고,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볼 것 같다. 빼곡히 들어선 도로변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튀어나온 초등생이 어느 날 저녁 무렵 차에 치이어 사고를 당하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구속되고, 아이는 평생 다리를 절뚝이게 된다. 정작 불법 주차 차량은 불법 주차에 대한 과태료 외엔 일반적으론 별일 없이 넘어간다.
사람이 바글거리는 이태원 거리에서 저녁에 동료들과 반주를 살짝 걸친 젊은 신사는 인도 위에 이쁘게 주차된 전동킥보드의 핸들에 롱코트 띠가 걸려 옷이 찢어졌고, 킥보드를 넘어뜨렸으나 세우기엔 좀 짜증(당연하다. 인도에 차량이 불법 주차되어 있지 않았는가?)이 나서 그냥 자리를 뜬다. 잠시 후 뒤이어 걸어가던 보통 사람이 폰에 뜬 연예인 사진에 빠져들었고, 낮게 매복하고 있던 킥보드의 몸통에 걸려 넘어져서 앞니가 깨지고, 보드의 바닥에 빨간색으로 적혀 있는 글을 보며 생각한다. “불편신고는 1818-1818”
개인 이동장치 공유플랫폼이 대성공하려면, 전자적인 편리함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디자인 뿐만 아닌, 어른 노인 모두 다 한번 보면 즉시 사용 가능하고, 사용 후에는 완벽하게 안전한 장소(특정 회사 소유의 물건이니 해당 회사 소유의 주차장에 두는것이 원칙)에 주차/충전할 정도의 강제력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아니면 자동차 혼자 알아서 회사로 돌아가던지) 하며, 이런 것이 금방 가능하다면, 지구상의 모든 개인 소유의 주택과 아파트가 이미 무인 호텔로 바뀌었을 듯하고, 모든 자가소유 자동차는 운전자 없는 공유 차량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공유 차량에는 재떨이가 깨끗하고 실내는 꽃내음으로 가득하였으리라. ^_^
오랜 농으로 재봉틀과 사진기는 빌려주는 것 아니고, 마누라와 자동차도 빌려주는 것 아니라고 하던데, 이건 소유의 오랜 역사와 의미를 아주 옅게라도 이해는 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사회 시스템은 왜 생명 기간 약 100년에 불과한 사람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부여하고 이를 법 안에서는 맘대로 하라고 눈감아 주며, 그 소유의 대가로 세금을 부과하는지? 또한, 사람들은 이를 못 가져서 안달인지…?
지금 우리 사회의 소유와 상속 시스템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면, 공유 차량의 미래가 조금은 해석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나의 인지와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은 너무도 더디게 발전하여 더 깊고 넓어질 시간이 얼마 없어 보인다.
그냥 길을 좀 깨끗하고 안전하게 비워두면 안 되나? 좀 걸어 다니면 땀이 나서 죽나? ^_^. 나 자신부터 돌아보자.
2023.04.04. Jaee.net.